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정희원)에서 술과 관련 된 폐해의 메커니즘에 대한 소개글이 있어,
기록으로 남겨둔다.
그냥 술=본드=시너=아세트알데히드와 동급으로 뇌와 신경을 망가뜨리는 독극물로 생각하자.
알코올은 광범위한 수용체에 작용해서 낮은 용량에서는 기분을 가라앉히고, 중간 정도의 용량에서는 기분을 흥분시킨다. 고용량을 섭취하면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기도를 스스로 유지하기 어려워지며 자발호흡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하는 화학물질이다.
선택적으로 수용체에 작용하는 수면제보다는 마구잡이로 뇌기능에 영향을 주는 본드, 시너 등 유기용매와 흡사하다.
혈중 농도의 안전 범위가 그다지 높지도 않다. 체중이 70킬로그램인 남성이 맥주 500 밀리리터를 먹고 90분 이내인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3퍼센트가 되는데, 이는 억제되어 있던 감정이 풀어지고 말이 많아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여기에 4배정도 되면 만취상태가 되어 똑바로 걸을 수 없으며, 10배인 0.3며 퍼센트가 되면 기도 유지가 되지 않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본드와 마찬가지로 알코올은 직접적인 신경계 독성이 있어서 신경세포 자체와 신경섬유를 둘러싸고 있는 피복을
계속해서 손상 시킨다.
또한 알코올은 분해되면서 세포에 대사적 스트레스를 일으키며, 대사중간생성물인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의
독성은 온몸이 마치 세균에 감염된 것과 비슷한 염증상태를 만든다.
이런 기전을 통해 두뇌의 다양한 영역이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면서 중추신경계의 기능도 떨어진다.
이때 자제력과 의사결정능력, 감정조절, 기억력, 균형감각 등 광범위한 영역이 점진적으로 파괴된다.
알코올을 오랫동안 섭취하면 스트레스 호르몬도 비정상적으로 반응한다. 기저상태에서 코르티솔 수치도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며, 그 독성은 심혈관계로도 파급되어 혈압이 오르고 심방세동 등부정맥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런 모든 변화는 마음의 엔트로피를 극단적으로 높이므로 탐욕, 분노, 어리석음에 더욱 취약해진다.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사람은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린 사람과 비슷한 뇌상태가 되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자면 수면구조가 망가지기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잠을 자더라도 뇌는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다.
염증상태와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하면 근육을 분해하고 복부지방을 축적시키기도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변화는 하루 종일 술만 마시다가 알코올성 간경변이 발생하는 전형적 알코올 의존자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고위험 음주에 해당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경험하는 변화다. 이렇게 온몸으로 퍼지는 알코올 섭취의 가속노화 효과는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측정한 생물학적 나이로도 관찰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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